윤 전 대통령 탄핵, 코스피 2500선 회복...123일 정치 불확실성의 끝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는 122일 13시간 동안 정체되었고, 시장은 매일의 숫자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기록했다. 어느새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1460원대 원·달러 환율, 여느 때보다 높아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환율과 증시가 불확실성에 갇힌 사이 개인과 기업 그리고 한국 경제는 신음했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걷혔다.
그러나 또 다른 불확실성의 세계로 진입한 지도 모른다.
작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정치적·경제적 시스템을 뒤흔들었다. 이날 세계 주요 외신의 헤드라인에는 “한국, 계엄령 선포”란 충격의 뉴스가 등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었든 간에 이날의 정치 파동은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1970년대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1987년 6·10 민주화운동으로 군사독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 한국의 자본시장은 글로벌 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구조적 문제일지언정 지정학적 위험이나 정치적 불안정 탓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까지 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이날 야당 대변인에게 총부리를 겨눈 특수부대원과 국회 앞에 바리케이드를 친 계엄군, 이들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글로벌 투자자와 시장참여자들에게 원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각인시켰다. 불신은 즉각 숫자로 드러났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 기준 1402.90원 수준에서 1442원까지 치솟았다. 전례 없는 수준의 원화 약세였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긴급담화를 시작한 지 2시간 40분 만인 새벽 1시 여야 국회의원 190인이 합심해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요동치던 숫자들은 차츰 진정세를 보였다. 다음 날 오전엔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주요 인물 4인이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의 충격 강도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계엄에 놀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로 코스피는 2460선으로 후퇴했다. 코스닥 지수도 2% 가까이 떨어졌다. 그나마 경제수장의 선제 조치에 낙폭을 다소 줄인 규모였다.
12월 7일 윤 전 대통령의 1차 탄핵소추안 의결은 국민의힘이 단체 퇴장하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했다. 후폭풍은 월요일에 금융시장으로 몰아쳤다. 코스피는 2360선까지 추락했고 코스닥은 5% 넘게 급락해 양대 지수 모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2700여 개 종목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원·달러 환율은 또 뛰었다. ‘검은 월요일’이었다.
일주일 뒤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시장은 불확실성 해소에 안심했다. 시장이 우려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탄핵안 부결과 재상정이 반복되며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고 전개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로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하고 인용 시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는 등 일정 윤곽이 잡혔기에 시장은 맞춤 대응이 가능하다고 봤다. 경제 전문가들은 2016년 탄핵 국면과 유사하게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에 따른 반등을,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기대했다.